일본, '쿨 재팬' 끝내고 '일본판 콘텐츠진흥원' 모델 만든다
최근 일본 콘텐츠의 팝업이나 전시가 크게 늘었죠? 이 배경에는 일본이 추진해온 '쿨 재팬' 사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종료됩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가 지난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쿨 재팬'이 사업 성과 부진으로 결국 폐지수순으로 가고, 대신 유사한 형태의 조직을 다시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쿨 재팬'은 만화, 게임, 영화, 음식, 전통문화 등 일본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업입니다. 아베 정권이 지난 2010년 시작해 2013년 '쿨 재팬 기구'를 출범시켰고, 올해로 13년차를 맞았지만 끝내 문을 닫게 된 겁니다.
쿨재팬은 1990년대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쿨 브리타니아'를 벤치마킹했고,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한류 열풍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정부 여당 관계자가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진흥을 위해 국가주도 사령탑을 새롭게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 인가법인 형태로 만들어질 조직은 싱크탱크 기능과 더불어 보조금, 예산 집행등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델만 들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진흥원 형태가 유력해 보이는데, 효율화된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는 구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올해 안에 설립논의를 마치고,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일본의 성장전략 17개 중점분야중 하나로 지정하고 콘텐츠 수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보고 있는데, 현재 약 6조엔(약 52조원)수준인 일본 콘텐츠 해외매출을 2033년까지 20조엔까지 약 3.5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민관이 함께 34조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쿨재팬 기조에서는 해외에 진출하는 실비의 일정부분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민관이 합동 투자를 진행했는데, 새로 생길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는 쿨재팬이 폐지되는 마당에 유사한 조직으로 '껍데기 바꾸기'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소위 '쿨재팬 기구'로 불리는 민관펀드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성이 내년도 계획에 관련 산업을 반영하지 않기로 하고, 해당 펀드를 폐지한 것이 알려지면서 "펀드 이름만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 민관펀드는 별다른 성과 없이 누적 적자만 13년간 54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식 콘텐츠 전문기구를 만든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이를테면 잘게 쪼개져 있어 권리자를 통합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 산업분야의 제작위원회 시스템, 그리고 해외 수익을 유치한다고 해도 한국 등 일부 국가에는 총판 형태로 나가있어 라이선스 사업비용을 제외하면 크게 이득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 등이 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수시장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등 주요 사업분야가 고도성장을 지나 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매출 신장으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슈에이샤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다'는 기조를 걸고 점프툰을 출범했고, 최근 '망가 밀리언' 프로젝트를 통해 100만페이지에 달하는 만화 400여종을 100여개 언어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고단샤 역시 해외 만화가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콘텐츠 투자는 '하이 리스크'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그 중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작품들을 타이밍 맞게 폭발력을 갖춰 지원하는 가운데 다른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불러일으켜야 하는 방식입니다. 만화를 놓고 보면 일본의 출판만화 시스템이 주효했고, 그 열기가 식어가던 때 코로나19와 함께 모바일 전환이라는 대격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만화시장 규모의 약 40%는 일본시장이 혼자서 차지하고 있습니다. 초거대 시장을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 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확장을 얻으려면 당연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원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사히신문 역시 "(쿨 재팬으로)정부의 주도역량과 역할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구상이 국민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이라며 "간판 바꾸기에 그친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쿨 재팬 이후, 일본판 콘텐츠진흥원 모델이 어떤 모습을 하게될지, 그리고 일본의 해외진출 전략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는 소식 나오는대로 후속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